책소개
<엘렉트라(Electra)>는 기원전 412년경에 집필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인공 엘렉트라는 오이디푸스와 자주 비교되는데 아가멤논 왕의 딸로서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극단적인 혐오와 증오를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리하여 엘렉트라는 많은 문학 작품에서 아버지에게 집착하고, 어머니를 극단적으로 증오하는 딸의 전형으로 다뤄졌다. 이 작품에서 엘렉트라는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사건의 전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가멤논이 살해된 후 어머니와 아이기스토스의 강요에 못 이겨 가난한 농부와 결혼하게 된 엘렉트라는 어머니를 몹시 증오한다. 엘렉트라는 몰래 귀국한 동생 오레스테스에게 복수를 종용하고 마침내 오레스테스는 아이기스토스를 죽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오레스테스는 어머니를 선뜻 죽이지 못한다. 자신을 낳아 준 어머니를 살해하는 게 얼마나 큰 불경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에우리피데스는 엘렉트라를 복수심에 불타는 비이성적인 인물로, 오레스테스를 마지못해 어머니를 죽이지만 후회하는 인물로 재현한다. 그는 또한 이들의 어머니요, 아가멤논을 살해한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잔인하기는 하지만, 일말의 가책을 느끼는 인물로 재현했다. 이는 그녀를 아가멤논의 살해를 정당화하는 악인으로 묘사했던 소포클레스와는 다른 시각이다. 소포클레스가 복수의 정당성을 강조한 반면 에우리피데스는 모친 살해의 죄악을 강조하고 있다.
200자평
전장에서 돌아온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이 아내와 그녀의 정부에 의해 살해된다. 엘렉트라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복수심에 이성을 잃고 동생을 부추겨 친모를 죽이는 에우리피데스의 엘렉트라는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보다 더 단호하고 잔인하다.
지은이
에우리피데스(Euripides, BC 484∼BC 406)는 그리스의 아테나이에서 므네사르코스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생애에 관해서는 알려진 것이 그리 없다. 다만 부유한 지주 계급 출신이라는 점과 좋은 가문에서 상당한 교육을 받고 자랐다는 점 정도만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에우리피데스는 기원전 455년에 데뷔한 이후 92편에 이르는 작품을 집필했지만,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은 18편뿐이다.
소포클레스가 비극 작품을 통해 그리스의 전통적 가치관을 재현했다면, 에우리피데스는 전통적 가치에 의문을 표하고 비판을 가하면서 진보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그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극적 수법을 통해 그리스 비극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는데, 인물 묘사의 사실성과 사실적인 재현에 그 어느 작가보다도 뛰어난 기량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사랑을 둘러싼 인간의 정념과 여성 심리 묘사에 뛰어난 극작가다.
또한 에우리피데스는 인간 욕망과 폭력성, 사랑과 증오, 인종 간의 갈등, 남녀 간의 갈등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인간의 정념과 억제할 수 없는 폭력에 내재한 비극성을 심도 있게 그려 냈다. 그리하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를 “가장 비극적인 작가”라고 불렀다.
옮긴이
김종환은 미국 네브라스카 주립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계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영어영문학회의 부회장으로 활동했으며 한국셰익스피어학회의 편집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셰익스피어 연극 사전≫(2005, 공저), ≪셰익스피어와 타자≫(2006), ≪셰익스피어와 현대 비평≫(2009)이 있으며, 세 권 모두 대한민국학술원 우수 도서로 선정되었다. 그 외 저서로 ≪인종 담론과 성담론: 셰익스피어의 경우≫(2013)와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비극≫(2012)이 있다. 번역서로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포함한 12권과 그리스 비극 작품 11권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3
서막·····················5
등장가···················25
제1삽화···················31
제2삽화···················67
제3삽화··················101
제4삽화··················117
종막····················149
해설····················171
지은이에 대해················188
옮긴이에 대해················192
책속으로
당신도 거기서 그자 옆에 거꾸러질 거야.
이승에서 그자 옆에 누워 있었듯이
저승 침대에서도 남편 옆에 눕게 될 거야.
그게 바로 내가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베푸는 호의지. 당신도 그렇게
아버님 죽음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거야.